서론: "5인 미만은 거르세요"…정말 괜찮은 걸까?
구인 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면 "5인 미만 소기업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체감하게 된다"는 한 블로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수많은 채용 공고 속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이자, 동시에 많은 구직자에게 고민을 안겨주는 존재입니다. '연차는 있을까?', '갑자기 해고당하면 어떡하지?' 같은 현실적인 걱정들이 꼬리를 뭅니다. 저 역시 과거 벤처 기업 초창기 멤버로 일했을 때,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원수가 5명을 넘나들 때마다 "이제부터는 법적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는 거냐"며 긴장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만큼 '5인 미만'이라는 경계선은 한국 노동자들에게 현실적인 보호막의 유무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점입니다.
이처럼 5인 미만 사업장은 한국 노동 시장의 중요한 현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실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노동 문제 전문 분석가로서, 지금부터 그 5가지 진실을 하나씩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는 단순히 몇몇 영세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노동 시장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균열의 징후입니다.
1. 법의 사각지대: 당신은 '법적으로' 해고될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핵심 보호 조항 대부분에서 제외됩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이는 법의 눈으로 볼 때, 사실상 별개의 불안정한 노동자 계층을 만들어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적용 제외되는 핵심 노동자 권리>
해고 사유 제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불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일한 만큼 1.5배 수당을 받을 법적 의무 없음)
연차 유급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이는 단순히 '회사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차별하고 제약하는 부당한 현실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89년 근로기준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 이후 이 문제가 30년 넘게 방치된 '입법적 공백'이라는 사실입니다. 김기홍 노무사는 인터뷰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거의 다른 나라 얘기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습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노동자를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불안한 상태로 내몹니다.
2. 최저임금의 배신: 10명 중 3명은 최저시급도 못 받는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10명 중 3명은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29.6%**가 당시 최저임금인 9160원 미만을 받았습니다. 이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최저임금 미만율 2.3%와 비교하면 그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농림어업(36.6%), 숙박음식업(31.2%)과 같은 특정 업종에서는 임금 사각지대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이러한 높은 위반율은 단순히 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 적용 제외가 필연적으로 낮은 임금 구조를 만드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문제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확인하고 주장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중 47.0%는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고, 44.7%는 구두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명확한 서류가 없으니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증명하기가 막막한 현실입니다.
3. 위험한 일터: 산업재해율, 전체 평균의 '2배'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율은 전체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합니다. 이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2019년 산업재해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의 평균 재해율은 5.8‰(퍼밀, 1,000명당 재해자 수)인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율은 **11.5‰**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사망 재해율 역시 전체 평균(인구 1만 명당 0.5명)의 두 배인 **1.0명(‱, 1만 명당 사망자 수)**에 달했습니다. 이는 작은 규모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수치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 근본 원인은 법이 허용한 **'안전 관리 시스템의 부재'**에 있습니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선임할 의무가 없습니다. 즉,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위험 요소를 점검할 책임자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안전을 관리할 전담 인력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위험한 작업 환경을 초래합니다.
4. 교묘한 꼼수: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의 등장
일부 사업주들은 근로기준법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위장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는 법을 악용하는 심각한 문제이며, 두 가지 대표적인 유형이 있습니다.
사업장 쪼개기: 실제로는 하나의 회사지만, 서류상으로만 여러 개의 5인 미만 법인으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프리랜서 위장: 직원을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3.3% 사업소득자)로 계약하여 상시 근로자 수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행태가 얼마나 만연한지는 통계가 증명합니다. 이는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데이터로 드러난 명백한 '스모킹 건'입니다. 2021년 전국사업체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인이라는 경계선을 두고 사업장의 고용 형태가 비정상적으로 달라지는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근로자와 프리랜서 등 '기타 종사자'를 합쳐도 5인 미만인 사업장의 평균 기타 종사자 수는 0.04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근로자는 4명 이하인데 기타 종사자를 합치면 5명을 넘는 사업장의 경우, 평균 기타 종사자 수는 무려 9.43명에 달합니다. 반면, 애초에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 사업장의 평균 기타 종사자 수는 0.06명으로 거의 없습니다. 이 데이터는 수많은 사업주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식 근로자 수를 4명 이하로 유지하면서 나머지 인력을 프리랜서로 채우는 패턴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런 행태는 법을 성실히 지키는 다른 사업장과의 형평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을 4대 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5. 사장도 직원도 모른다: 모두가 눈감은 노동법
이 모든 문제가 단순히 '악덕 사업주'만의 탓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뒤에는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의 **'무지'**라는 또 다른 원인이 존재합니다.
한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의 적용 및 제외 조항을 정확히 알고 있는 비율은 노동자(10.4%)와 사업주(11.0%) 모두 매우 낮았습니다. 즉, 10명 중 9명은 자신이 어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의무를 지켜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무지는 법 위반을 방치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착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됩니다. 물론, 사업주 측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영세 사업장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주장합니다. 하상우 경총 본부장은 "최근 우리 최저임금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게 인상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커졌지만, 일부 업종에서 30%가 넘는 미만율을 보이는 등 노동시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언급하며 영세 사업장의 경영 현실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결론: 외면할 수 없는 질문
이 5가지 진실은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인위적인 선 하나로 수백만 노동자를 법의 보호 밖으로 밀어내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적 실패를 증명합니다. 법적 보호의 완전한 배제, 구조적인 저임금 문제, 방치된 산업 안전, 법망을 피하려는 교묘한 꼼수의 확산, 그리고 법에 대한 보편적 무지까지, 이 모든 것은 서로 얽혀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17.7%,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이라는 최소한의 보호막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사업 초기, '5인 미만'이라는 꼬리표가 주는 불안정함 속에서 법적 권리를 온전히 주장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생각하면, 이 수치는 단순히 통계를 넘어선 개인들의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법의 보호 밖에 놓여있는 현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우리 사회가 진정한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 노동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합니다.